세상에 뿌려진 재미를 찾아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On the road

인왕산 둘레길 '언덕과 사람과 벽과 시'

walkaholic now 2024. 4. 16. 21:31
728x90
반응형

서울 도심의 한가운데 전철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산세 좋은 둘레길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 하겠다. 
인왕산은 해발 338m의 비교적 낮은 산으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있어 등산을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초보등산객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 속 산이다. 
한양성곽길을 따라 오르고 하산 후에는 서울 도심의 맛집과 멋진 카페에서 휴식과 후일담을 나눌 수 있는 매력을 가졌다. 
 
인왕산을 즐기는 등산로는 여러곳이 있지만 오늘은 무악재역에서 출발하여 인왕산 정상을 거쳐 윤동주문학관에서 시인의 감성을 느껴본 후 청와대 옆 효자동으로 내려와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즐기는 코스로 계획하고 있다. 

2번 출구로 나와야 하는데 1번출구로 나왔다. 
2번 출구로 나오면 큰 길을 따라 대략 150m 정도 직진 후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면 아직 산의 입구에도 도착하지 않은 주택가에서 이미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 

 

이 오르막에서 압도당하기엔 아직 등산을 시작한게 아니니 겁먹지 마시길... 

무악재역에서 출발해 인왕산 쪽으로 오르다 보면 길 건너편에 봄날 벚꽃으로 유명한 안산이 보인다. 
정상에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게 보입니다. 
부지런한 분들이네요. 
이제 시작하는 저로서는 이미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도로에서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어 산 쪽 방향으로 오르다보면 자연스럽게 걸려있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하면 됩니다. 

이제 산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이 마련되어 있군요.
이번 봄의 끝을 알리듯 봄꽃이 절정을 향해 내닫고 있습니다. 
 

범바위 쪽으로 올라가 성곽길을 따라 치마바위가 있는 정상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으로 내려가 청와대 옆 효자동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실 예정입니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릅니다. 

도심지에 있는 산입니다만 산세를 따라 보이는 아파트가 어울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까 산이랑 공존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도심은 물론 지방의 소도시도 그렇고 연륙교로 연결된 큰 섬까지도 아파트로 주거시설을 삼는다는 건 인간을 위해서도 자연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거 같네요..
주말에 산행이나 하면서 이렇게나 거대한 생각은 어울리지 않는군요.

성곽이 새롭게 복원된지 얼마 안된거 같네요.
500년 전의 한양도성이 이런 모습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유산이란게 그런거죠.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없는것 보다는 낫습니다.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범바위라고 하네요.
범바위쪽으로 가지는 않고 정상에서 계속 성곽길을 따라 갑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니까요..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얕은 산이라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고 힘든 곳도 별로 없습니다. 
듣던 대로 모두를 위한 산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도심에 있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까지 줍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청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은 편이라 경복궁, 남산타워가 보이고 멀리 잠실타워도 보입니다. 

 
성곽길을 따라 하산합니다. 
인왕산에 올라와서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니 조선시대 도읍을 왜 한양으로 했는지 알거 같은 느낌적 느낌입니다. 
특별히 풍수지리 이런거 연구 안해도 인왕산에 올라 한양을 내려다 보면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것만 같습니다.

연리지 소나무가 있습니다. 
처음엔 한쪽 나무가 양분을 빨아갔겠지만 세월가면 결국 공생하는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부부란게 그런거라서 한양도성의 부부소나무가 되었나 봅니다. 

성곽 너머로 보니 예쁘게 조성된 정원이 보입니다. 
뉘 집 인지? 아니면 공원인지? 모르겠지만 성곽 벽 너머로 보니 잠시 쉬어가고 싶었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의 표지판이 나타났군요.
이제 오늘의 산행의 막바지로 갑니다. 

여러 곳을 돌아봤지만 세계 최고의 공중화장실은 역시 한국입니다. 
자연과 조화까지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공중을 배려하는 태도.. 선진국이 그런거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국가가 공중을 위해 배려하는 태도를 지녔는가??를 생각해보니 아쉽군요.
그래서 선거라는 걸 하나 봅니다. 
당장에 안바껴도 언젠가 태도가 나쁜자들은 발 붙이기 힘든 사회가 될겁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만 주워들었지만 시인은 여러편의 아름다운 시를 남기셨더군요.
산행 후 천천히 아름다운 시의 여운을 느껴봅니다. 

이 짧은 시가 왜 불후의 명작인지 이렇게 다시 보니 알것만 같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아름다웠습니다. 

自画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
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
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
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
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
이 있고 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一九三九·九、

 
산행도 하고 아름다운 시도 느끼고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날 입니다. 

 
효자동 주변의 식당이 하산객들과 상춘객으로 넘쳐나네요..
일행들과 함께 족발과 막걸리 한사발 하려 했으나 2시도 안된 시간에 재료가 모두 소진되어 손님을 받을 수 없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 장사 잘 되신다니 좋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다음을 기약하죠..

 
식당은 많고 배고픔은 짧습니다.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아 중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막걸리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맥주와 즐거운 담소로 오늘 하루를 끝까지 즐겨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