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뿌려진 재미를 찾아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On the road/철원 한탄강 물윗길 얼음트레킹

밥 하고 다시 이어가는 철원 한탄강 물윗길 얼음트레킹 #2

walkaholic now 2024. 1. 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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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강추위가 몰아치는 혹한의 계절, 정신나간 사람처럼  왜 굳이 무엇때문에 철원의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갔느냐?

2024년 1월24일 수요일 아침, 그냥 아무 이유없이 가보고 싶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렇게 마실 가듯이 훌쩍 갔다. 

 

25일 목요일 1편을 지껄이다가 아무런 저항없이 찾아온 저녁 밥 때를 맞아 (요즘 밥 때 맞춰 밥하고 설거지 하는 일은 최근 내인생의 가장 생산적이면 미래를 양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잠시 멈추었던 한탄강 얼음트레킹 2편을 이어간다.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 라는 허세 가득한 선전문구로 매력을 발산하는 한탄강 직탕폭포를 뒤로 하고 잠시 왔던 길을 되돌아 이제 본격적으로 한탄강 물윗길을 걸어본다. 

 

떠날 때는 말없이, 그러나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기온 영하7도 귓가를 스치는 칼바람에 귀가 떨어져 나갈 듯 하다.

별 준비없이 등산화 신고 불쑥 떠난 길 인지라 방한용 귀마개 같은 걸 준비하지 못했다. 

두르고 온 목도리로 머리부터 귀를 거쳐 목에다 걸쳐 묶었다. 멋진 외모와 패션 따위는 지금 이순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중한 나의 귀가 떨어져 나가지 않고 강추위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체온을 유지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직탕폭포에서 바라본 태봉대교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걷다 보면 얼어붙은 강위에 부교로도 걷지만 강가의 수로변을 따라서 걷기도 한다. 

오늘은 춥지만 이번 겨울이 내내 그리 춥지만은 않았다고 보이는 게 생각보다 강가의 땅이 단단하게 얼어붙지는 않았다. 

힘차게 흐르는 강줄기의 물도 많이 얼지않아 제법 큰소리를 내며 하류로 흐른다. 

 

 

개 뻥이 진실과 섞이는 순간, 송대소 주상절리

시끄러운 물줄기와 함께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한탄강 물윗길의 절경으로 꼽는 송대소와 그 옆으로 기괴하게 선 주상절리가 보였다. 

직탕폭포는 나이아가라, 한탄강 계곡은 미쿡의 그랜드캐년과도 비교를 한다는데...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럴리가 없다. 굳이 그런데다 비교를 해야하는 지도 의문이지만 한탄강은 독자적으로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사실 미쿡 나이아가라, 그랜드캐년 안가본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이곳을 찾을텐데 가본 적도 없는 그런곳과 비교하는게 맞는 말인지 확인도 안될테고..

확신에 찬 헛소리와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개소리가 세상을 정복하는 과정과 비슷한 맥락으로 거짓과 진실이 서로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괴한 생각을 해 봤다. 

나이아가라 같은 직탕폭포, 그랜드캐년 같은 한탄강협곡.

나이아가라폭포와 그랜드캐년을 직접 보지 못한 나로서는 직탕폭포와 한탄강 협곡은 이제 그것들과 같은 경관으로 인식될 테니 죽기전에 직접 가서 나이아가라와 그랜드캐년을 확인해봐야 할 것만 같은 의심병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거대하고 웅장한 곳이니 추운날 방구석에서 하릴없이 뒹굴다가 갑자기 생각나면 직접 가봐도 괜찮은 곳이다. 

 

너의 이름을 마당바위라 명하노라.

꽃이라 불러 꽃이 되었듯이 마당바위라 불러 간판을 만들어 주게 되었나 보다. 

송대소의 주상절리를 지나 은하수교 밑을 지나면 작명 찰떡인 널찍한 바위를 만나게 된다. 

시간있으면 쉬어가는 포인트 쯤 되는 장소에 딱 위치해 있으면서 이름과 장소가 너무 딱 들어맞는 마당바위다. 

나는 늦게 와서 쉴 틈이 없으니 그냥 패스.. 

깡생수나 한모금 하고 갈 길 바쁘게 간다. 

여기까지 와서 사목사목 놀멍쉴멍 걸어야 하는데 또 이러구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 계곡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을 매표소에서 직원분이 친절하고 단호한 말씀으로 딱 정해 주셨으니 확실한 핑계가 있다. 서둘러야 한다. 

 

이쪽 저쪽 중간에 배치한 최고의 경관.. 넌 계획이 있었구나!!

 

깡생수로 목을 축이고 이 트레킹의 중간지점인 승일교를 향해 가고 있다. 

승일교의 명칭 유래는 한탄강 중류 지점에 어중간한 건설시기와 어중간한 이유가 작명의 이유인 듯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어색함이 있었다. 

저멀리 빙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서도 냉기와 신기를 뿜어내는 포스가 느껴진다.

한겨울 맹추위를 뚫고 여기 온 나에게 어쩜 가장 화끈한 빙벽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스멀거린다. 

가까이 다가서니 빼어난 풍광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유독 왜 이곳에 빙벽이 생기고 빙벽 앞으로 넓은 공터에 얼음축제를 위한 눈조각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탄강에서 이곳이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위치 또한 절묘하여 태봉대교에서 출발하거나 순담계곡 쪽에서 출발하거나 딱 중간지점에 절묘한 풍경을 자랑하는 빙벽과 눈조각이 배치되어 있는걸 보면 끝까지 가기 싫으면 여기서 포기해도 된다는 암시같기도 하여 이래저래 절묘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넌 역시 계획이 있었구나.. 

인스타에 자랑질도 하라고 꼼꼼하고 성실하게 요런것도 만들어 두셨으니 계획적인 파워 J 의 행태에 새삼 존경심을 느낀다.

 

한탄강은 유구한 세월로, 콘크리트 다리는 순식간에 뚝딱!!

빙벽을 지나면 바로 앞쪽에 성의없는 작명센스가 돋보이는 승일교가 있다. 

과거에 있던 승일교에 더해 지금은 새로 지은 다리가 옆에 하나 더 보인다. 

새로 지은 다리의 이름은 뭐라고 지었을까 궁금한데 신승일교 또는 제2승일교.. 뭐 이런게 아닐까 라고 앞서 지은 작명 센스로 보아 유추해본다. 

딱히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기는 하다. 

 

중간까지 왔는데 어김없이 찾아온 그 시간..

밥 때가 돌아왔다. 

이렇게 길게 연재할 일이 아니었는데 자꾸 밥하러 가야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한탄강을 돌아본다. 

 

오늘은 돼지갈비찜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럼 한탄강 물윗길 3편은 또 다음에.. 

 

#한탄강_얼음트레킹은_바로_지금이_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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