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뿌려진 재미를 찾아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On the road/철원 한탄강 물윗길 얼음트레킹

하찮아도 끝내야 할 철원 한탄강 물윗길 얼음트레킹 #3

walkaholic now 2024. 2. 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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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아도 끝내야 할 이야기

물윗길 트레킹 후기를 끝내지 못하고 얼렁뚱땅 시간이 지나는 사이 겨울도 함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기록의 민족이라는 데 유전자가 다른 쪽에서 왔는지 글을 기록하여 남기는건 서툴고 하기 싫은 일이다. 

물론 아무 이유없이 연재를 못 끝내고 시간을 보낸건 아니지만 아주 재밌는 놀이여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거나 매우 높은 수준의 의무감을 갖지 않는다면 이런 기록을 남기고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될거 같다. 

 

잠깐 연재 지연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두자면..

2024년 1월28일 (목) 부터 1월31일 (일) 까지 일본 규슈지역을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왔다. 

처가 식구들 모두가 움직이는 대규모 집단 여행이었다. 

한탄강 물윗길 후기를 끝내고 바로 이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그럼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의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승일교 옆 빙벽에서 부터 다시 이어간다.

시작은 반이 아니고 끝날 때 까지 끝난거 아니다.

한탄강 최고의 빙벽 경치를 지닌 승일교를 지나 고석정 방향으로 간다. 

태봉대교에서 순담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의 절반을 왔다. 

오랫동안 운동과 절연하고 오직 생명유지를 위해 숨쉬기만 꼬박꼬박 놓치지 않고 살아와서 다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나는 오늘 택시로 귀환하지 않고 걸어서 다시 귀환하기로 했다. 

전체 걷기 여정의 25%를 마친 지금부터 다리가 아프다는 건 고생문이 열렸다는 뜻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이 멋진 경치를 보고 인생사진을 남겨보겠다고 아주 가끔 시작하는 연인들이 이런 곳이나 등산코스를 데이트 일정으로 잡는 경우가 있는데 트레킹에 미친 커플이 아니라면 그런 짓 하지 마시라.

만약 시작했다면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계획을 꼭 세우시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MBTI P형 인간 특히 조심하시라 권하고 싶다. 

헤어짐의 시작이 이 길에서 부터 벌어질 수 있다. 

 

닭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겨울가면 봄 온다.

승일교를 지나니 혹한기 지나 봄이 오는 것 같다.

꽁꽁 얼어붙은 빙벽을 지나니 햇볕이 잘 드는 것이 봄기운이 느껴진다. 바람도 조금은 잦아들어 떨어져 나갈 까 염려되던 귀와 머리를 두른 목도리도 풀고 예쁘게 생긴 바위 위에서 깡생수 한잔 축인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봄기운을 받아 생동감을 얻은 것처럼 제법 세찬 물줄기가 하류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어김없이 봄이 오려나 보다. 

 

겨울철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은 부교 위로 강물 위를 걷고, 계곡의 멋진 바위 위에서 잠시 지친 다리를 달래고, 강변의 갈대 숲길을 평온하게 걸을 수도 있는 다양한 종류의 경관을 한방에 경험하는 괜찮은 걷기 여정이다.

강물 한복판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경관을 느끼는 나름대로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다. 

 

가끔은 뒤돌아 봐야 할 이유

지나온 길들이 때론 아름답고 때론 허접하고 때론 힘들었고 때론 추웠다. 

가야할 곳이 정해지면 보이지도 않는 그 곳을 향해 당장 내 앞에 펼져진 길만 보면서 걷는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얇게 언 얼음 밑에 고인 물이 있지는 않을까 살피고 봐야할 위험이 많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잊지않고 중간 중간 제대로 가고 있는 지 고개를 들어 앞을 봐야 방향을 잃지 않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앞만 보고 걷다가 놓친 건 없었는 지 더욱 멋진 풍광이 없었는 지 살피기 위해 걸어서 왕복해보기로 마음 먹었지만 돌아갈 때는 분명 이미 왔던 길이라 내가 지나온 길 들을 더듬어 내는 데 힘을 쏟을 게 분명하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면 걸작과 망작 또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이미 지나왔지만 보지못한 새로운 경관을 만난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곳과 닮아있을 지도 모르거나 아님 예측불가능한 시공간을 만날 수 도 있다. 

레트로 감성??의 승일교를 지나 다시 그곳을 돌아보니 어울리지 않는 철교가 서있다. 

세월이라는 채색이 보태지지 않아서인지 뻘쭘하게 보인다. 

 

물이라는 희한한 녀석

물이고 얼음이고 수증기인 같은 물질이면서 이름을 달리하는 이녀석은 참 희한하다. 

이런걸 상전이? 라고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름도 다르게 붙여준 녀석들이 있는 지 모르겠다. 

다른 모습으로 함께 존재하는 같은 것이다. 

얼음 밑에 물 흐르고 흐르는 물 위로 얼음 박살난걸 보니 나도 올라 얼음 깨는 장난이 하고 싶어졌으나 추운날 신발에 물 들어가면 망하니까 참기로 한다. 

대체로 모든 삶이 참기로 하는 인생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특히 참는다.

 

고석정은 어디?

고석정에 다가가고 있다. 

중턱에 있는 정자가 고석정인가? 높은 곳의 정자가 고석정인가?

끝내 어디가 고석정 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원래 고석정은 사진에서 중앙 좌측에 외롭게 솓아오른 바위, 지금은 나무들이 바위위를 차지한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거 같다. 

다만 지나는 분들이 그랬다.

저 위 꼭대기 정자위에 올라가서 한탄강을 바라보면 "쥑이네~~, 끝내주네~~, 기똥차네~~"

감탄이 절로 나올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오르지 않았다. 

아직 순담계곡까지 가려면 갈 길이 좀더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저곳을 오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을거 같았다. 

 

고석정 지나 순담으로

수만년을 외롭게 서있던 바위를 지나 순담계곡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대체로 평평한 부교위를 따라 가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좁은 계곡으로 양 옆은 멋있게 생긴 바위들이 도열해 있어 다리는 천근이지만 트레킹 코스의 마지막 정취를 편안하게 느끼며 지날 수 있는 곳이다. 

경이로운 자연 이런거 아니더라도 충분히 마음이 고요해지는 곳이다. 

 

물윗길의 끝은 새로운 길로 이어져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 코스의 끝에 당도했다. 

저 멀리 주상절리길이라는 부조 간판이 보인다. 

아니 새로운 길이라니.. 이 길은 끝이 아니었다. 

한탄강 물윗길은 순담계곡에서 협곡에 잔도를 설치해 절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이어진다. 

물윗길을 지나온 사람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매표하여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시간이 없으므로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가야한다. 

 

주차장 위로 올라가면 한국 자영업의 절대 지존 커피를 파는 가게가 있다. 

오늘 물윗길 트레킹 매표할 때 받은 철원 상품권을 사용하기로 한다. 

뜨거운 커피와 달콤한 쿠키로 잠시 지친 다리를 달래고 나니..돌아가야 할 길이 멀다. 

 

3편에 이어.. 4편은 좀 빨리 가보자.

 

오늘은 2월5일 이지만 철원은 좀 추우니까 아직 얼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늦지않은_한탄강_얼음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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