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에 묻혀 산다고 하니 그럴듯해 보인다.
청년들과의 취업경쟁을 뚫고 도서를 다루는 물류센터에 재취업을 했으니 사실상 책 속에 묻혀 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이런 단순반복 중고강도 육체노동이며 때론 정신줄을 바짝 조여야하는 일에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오래도록 일을 한다는 것은 생계가 경각에 달리지 않은 이상 참아내기 힘든 일이라 2030 청년들이 오래도록 일을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래서 청년들과의 취업경쟁에서 그나마 일자리를 얻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2022년 6월말 퇴사 이후 프로그램 개발자 재취업교육을 6개월 가량 수료했으나 개발자로 재취업한다는 것은 연령과 능력을 고려할 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 채운것으로 만족하고 임금노동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지식은 새직장을 찾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생산에 기여하는 기술도 없었고 오랜 세월을 전반적으로 생산에 직접 기여하는 업무 외 뭉뚱그려 마케팅 유사 업무에 종사한 자 로서 매출에 적접 기여하거나 비용절감에 직접 기여하거나 또는 돈의 흐름을 직접 관리하는 업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당장 낼 수 없다면 이 나이에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는 유행가 가사일 뿐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다가가는 아저씨는 재취업에서 멀어져 갔다.

이런 아저씨라면 전당포를 했어도 괜찮았겠지만 아저씨라고 다 같은 아저씨는 아니니까..
멀어지는 급여생활자의 길을 개척하는 일은 아재로서는 힘들었다.
닥치는 대로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단순노무 유사한 일자리를 찾았다.
엄청난 육체적 능력과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연령과 크게 관련없어 보이는 그런 일자리 말이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가리지 않고 입사지원을 한 결과 지금의 일자리를 얻었다.
살아온 인생 전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을 하게 되니 낯설기만 하다.
낯설다고 쓰니 재취업일이 어제 오늘 일인 듯 하지만 벌써 100일이 지난 오래전 일이다.
100일 이라고 쓰니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한다.
이 기록은 오늘부터 1일이라고 쓰자.
100일이 지나도 아직도 낯설고 적응이 안되고 조금씩 나아지기 보다는 하루하루 점점더 조금씩 몸과 마음이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취업초기 하루 1만5천보를 기록했으나 2024년 12월9일을 기점으로 하루평균 2만보를 걷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육체적인 움직임이 많아졌다.
또한 업무의 성격도 처음에는 단순한 업무 한가지만 주로 했으나 지금은 육체를 사용하는 업무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업무의 다양성은 두뇌의 활동도 동시에 수반하니 단순반복 업무라 하기도 어려워졌다.
물류센터에서 왜이리 많이 걷고 복잡한 육체노동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업무의 성격을 설명하면 의문이 풀릴것이다.
내가 하는 도서물류 센터에서의 주업무는 전국의 도서판매 취급점과 온라인 등에서 판매를 위해 주문을 하면 해당주문에 따른 도서목록을 도서가 적재된 창고서가에서 찾아서 분류집책하여 컨베이어벨트로 올리는 일이다.
단순 창고가 아니고 물류센터의 특성 상 상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주문처에 가능한 빨리 도착하게 하는것이 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니 주문자에게 도착하기 까지 상품 흐름 중 일부를 최적의 상태로 효율화하여 나의 몸을 쓰는 것이 주요업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요업무 외 수반하는 주변업무의 강도가 훨씬 복잡하고 육체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이상한 업무구조이긴 하다.
단순한 업무 패턴을 이해한다는 것과 몸으로 적응하고 순조롭게 시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른 이야기인지라 처음엔 고생이었고 도중엔 어리바리 고생이다가 지금은 개고생하며 열일중이다.
경쟁에서 도태되어 떠내려가는 중년을 지나 먹고살기 위해 개고생하며 노년을 향해가는 한국 아재 일자리 적응 스펙타클 방황기를 정리해 두고자 한다.
2편으로 계속....
일찍 끝나면 딴 짓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던데 나이가 들어보니 그 말은 맞는 말이다. 다만, 일찍 자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맞는 말이다. 늦게 자는 노인들은 일찍 일어나기 힘들거다. 일찍 자니 일찍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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